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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리더 이야기

지역관광 및 축제 기획전문가, 사회적 기업가, 지역사업가의 지역활동 경험을 인터뷰하여 기사로 제공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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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늦게 오는 느리울마을에 찾아온 이른 봄
리더명 장영내 이장 등록일 2017-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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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이름이 왜 느리울인지 아세요? 봄이 늦게 오기 때문이에요. 지대가 높아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청주보다 봄이 보름은 늦게 옵니다. 청주 무심천에 벚꽃이 다 떨어질 때쯤에야 우리 마을에 꽃이 피기 시작하죠. 늦지만 알찬 봄이에요. '새뜰마을사업'으로 우리 느리울마을에도 이른 봄이 찾아왔네요."



충청북도 보은군 내북면 세촌리 느리울마을은 내북면 면소재지에서도 서남쪽으로 10km 떨어진 보은군내 대표적인 오지마을이다. 본래 이름 누리울이 변해 느리울이 됐다. 누리는 세상(世上)의 옛말로 친한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마을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느리울마을에는 2월말 현재 30가구, 57명이 산다. 새뜰마을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32가구가 살았는데 사업을 진행하는 사이 두 분이 노환으로 사망했다. 그만큼 노인인구 비율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마을에서 제가 제일 막내인데 환갑이에요. 최고 어르신 나이는 91세죠. 요즘 같은 시대에 상하수도가 정비되지 않았다는 게 상상이 되세요? 저희 마을에서는 불과 얼마 전까지 지하수로 식수를 썼어요. 지하수가 떨어지면 근처 소방서에서 물을 끌어다 쓰고 빨래는 근처 개울에 가서 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환경이 불편하고 열악하다 보니 젊은 사람들은 하나 둘 떠났죠. 이번 사업으로 무엇보다 상하수도가 정비돼서 정말 좋아요. 또 담장에 벽화가 그려졌는데 마을이 한결 예뻐졌어요.” (오경자 세촌리 부녀회장)





그 동안 느리울마을에는 상하수도가 전혀 공급되지 않아 생활여건이 매우 열악했다. 마을 주민들은 식수로 검증되지 않은 지하수나 계곡수를 음용해 왔다. 이번 새뜰마을사업으로 세촌리에 간이 상수로가 설치돼 깨끗한 식수를 먹을 수 있게 됐다. 또 오폐수 관로를 설치해 하수시설도 정비했다. 이것이 마을 주민들에겐 가장 큰 변화다.

주민 공동공간인 세촌리 경로당도 리모델링했다. 경로당이 지어진 지 20년을 넘어서면서 낡고 단열이 되지 않아 추웠는데 이를 보강했다. 화장실과 부엌도 깨끗하게 정비했다. 세촌리 경로당은 마을 공동 사랑방이자 주민 여가생활 공간으로 활용된다. 세촌리를 방문한 날도 온 동네 주민들이 경로당에 모여 앉아 취재진을 반겼다.

차를 타고 느리울마을로 향하다 보면 파란색 지붕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 초가지붕에서 슬레이트 지붕으로 개량한 후 보수하지 않은 주택이 많았다. 노후화가 심해 부식되고 붕괴될 우려가 컸다. 무엇보다 노후주택 비율이 55% 이상으로 주거여건도 취약했다. 이번 새뜰마을사업으로 노후화된 슬레이트 지붕을 양철 지붕으로 바꿔 안전성을 높였다.

 

마을 공동부지에 주민들의 쉼터로 활용하기 위한 소공원도 설치했다. 운동기구를 넣고 정자도 만들었다. 마을 미관을 해쳤던 열악한 담장도 정비했다. 담장에 그림을 그려 넣어 마을에 따뜻함과 아기자기함을 더했다.





느리울 새뜰마을사업 비용은 한 자릿수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지난해 8월만 해도 사업진행이 미진한 지역으로 꼽히기도 했지요. 원래는 올해 말까지 사업을 진행하는 거였는데 지난해 12월 최종 완료했습니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빨리 완료했다고 하더라고요. 안전하게 공사하고 큰 마찰 없이 진행했다고 도에서 치하했어요.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세촌리 장영내 이장)

 

세촌리의 새뜰마을사업은 지난해 12월 사업을 완료해 기존 계획보다 사업기간을 1년가량 단축했다. 사업 시작단계에서부터 마을 주민 100% 동의가 이뤄졌고, 이후에도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높아진 개인부담금에 따른 주민들의 불만이 나오기도 했고 마찰이 없지는 않았다. 이들을 잘 보듬어 이끌고 가는 세촌리 새뜰마을사업 추진위원장인 장영내 이장의 리더십도 한몫했다.

느리울마을은 현재 지리적으로 국도 25호선과 19호선의 접경지역에 위치해 있지만 마을이 주 도로에서 2km 가량 떨어져 있어 교통여건이 취약하다. 특히 마을로 들어오는 1차선 길은 좁고 비탈져 차가 전복되는 사고도 왕왕 발생했다. 올해는 2차선 도로가 마을 입구까지 포장될 예정이어서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새뜰마을사업을 하면서 다양한 마을사업에 대해 공부도 많이 하고 지난해에는 일본 연수도 다녀왔어요. 일본도 지방 환경이 열악하다고 하는데 낙후된 마을, 빈 집들을 젊은 청년들이 현대식 가게를 만들고 하면서 관광지로 개발하고 하더라고요. 30대 청년이 마을 위원장으로 일하는 게 가장 부러웠어요. 마을에 희망이 있다는 거겠죠. 우리 느리울마을에도 젊은 인구가 많이 유입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있는 동안 50가구까지는 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세촌리 장영내 이장)

느릿느릿 시간이 느리게 가는 느리울마을. 요즘 유행하는 덴마크식 라이프스타일 휘게(Hygge,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가 가능할 것만 같다. 느리울마을이 젊은 청년들로 활기가 넘치는 마을로 탈바꿈한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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